2023.12.15조회 : 2805
상업과 주거, 문화, 복합개발에서 활약 중인 디에이건축은 교육‧연구시설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디에이건축 PART6의 dADL1(dA Design Lab 1)은 기술력에 기반한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로 공공현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디에이건축의 대표적인 교육‧연구시설 프로젝트들을 설계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교육‧연구기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이었던 경상북도 농업기술원(농기원), 서울 도심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기원‧KIST) 연구동 등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이 뛰어난 완성도 높은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dADL1의 김상 본부장님과 이근택 상무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최근 5년 동안 여러 교육‧연구시설 프로젝트를 수행하셨습니다. 교육‧연구시설을 설계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주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분야에 따라 크게 Wet Zone과 Dry Zone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Wet Zone은 대표적으로 화학, 생명과학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는 실험 특성상 액체를 사용하고 가스가 발생되기 때문에 덕트나 배관 같은 샤프트 시설의 계획이 중요합니다. Dry Zone은 물리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는 화학적 방식보다는 다양한 대형기기나 컴퓨터 등을 활용하는 분야로서 샤프트의 기능 보다는 장비의 하중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첨단 설비의 종류 및 규모가 증가하고 연구 분야도 다이내믹해지면서,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Flexibility)이 중요해졌습니다. 연구시설 설계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덕트와 배관 등이 있는 샤프트 공간은 한번 지어지면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이 샤프트 공간이 연구실을 잘 서포트하고 여러 연구실에서 공유할 수 있게끔, 건물 전면에 배치가 되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연구 공간을 합치거나 이동하거나 할 때 공간적인 대응이 어려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은 이러한 샤프트 공간을 오히려 연구실의 후면 쪽에 집약 배치하여 전면의 연구 유닛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계 당시에는 연구동의 연구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수년 단위로 연구 주제가 바뀌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서 유연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샤프트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었고 아울러 공간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별도의 샤프트 공간을 연구 유닛의 양쪽 측면부에 추가로 계획하여 연구 주제나 성격에 따라 공간 전체를 구획 없이 사용하기도 하고, 그룹 단위로도 사용가능한 연구공간을 구현했습니다.
Q. 말씀해주신 공간의 가변성에 대한 니즈처럼, 교육‧연구시설에도 시대변화에 따른 트렌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에 달라진 교육‧연구시설 설계의 경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공간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과거에는 실험 공간 중심으로 결과를 더 많이 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에는 연구원들이 조금 더 리프레시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 이 연구원이 좀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공간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커뮤니티를 발생시키는 동선과 오픈 스페이스 계획, 마음을 가라앉히고 환기할 수 있는 조망 계획 같은 것들입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는 캠퍼스 개념이다 보니, 건물 간 동선과 커뮤니티를 연계해서 고민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수진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건물 저층부 공간을, 경계가 명확한 건물이 아니라 좀 더 작은 알갱이로 분절하고, 학내 게시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 파사드를 조성했어요. 전통적인 캠퍼스 구성원리인 ‘쿼드(Quad)’ 개념을 도입해서 쿼드의 내외부 공간이 양방향으로, 복합적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했고, 건물 간 데크를 통해 아케이드 형태의 브리지를 조성해서 보행자 동선을 다양한 레이어로 계획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단일 건물이지만, 전면으로는 캠퍼스를 바라보는 뷰가 있었고, 후면으로는 자연의 뷰가 있었어요. 이 두 가지 뷰를 바라볼 수 있는, 리프레시 공간을 입체적으로 계획하여 연구원들에게 색다른 공간감을 통해 휴식과 생각의 환기가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희가 스터디하면서 고민했던 개념 중 하나가 ‘유레카 모먼트’라고, 늘 일상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이 아닌 낯선 풍경, 우연한 마주침 등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에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모듈을 여러 개 구성해서, 둘이 만나는 공간, 소규모 그룹, 중규모 그룹으로 만나는 공간, 대규모로 만나는 공간 등을 다양하게 계획했습니다. 모듈들을 건물 전체에 흩뿌려서 여러 층을 오갈 수 있게 해두었어요.
Q. 경상북도 농업기술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파사드가 독특합니다. 어떤 의도로 계획하셨나요?
두 프로젝트 모두 메인 파사드가 서향이었어요. 커뮤니티 공간은 주변의 좋은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탁 트인 공간이 필요한 반면, 연구실과 사무공간은 자연광의 조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외벽에 루버를 계획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경우, 건물 내 커뮤니티 공간은 개방감 있는 파사드가 필요했고, 연구공간은 서측 일사를 최대한 차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기능에 맞게 루버의 밀도를 조절하고, 두 개의 영역을 하나의 파사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상징성과 인지성이 강조되는 디자인을 구현하였습니다.
반면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은 여러 동의 건물이 조합된 시설이었습니다. 저희는 넓은 대지에 분산 배치되는 연구 시설보다는 단순한 매스가 정렬되며 하나의 연구시설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농업기술원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일관된 정렬을 통해 나타나는 건물로 채워진 공간과 동과 동 사이의 오픈된 공간의 반복을 루버를 활용하여 하나의 파사드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이렇게 산세와 조화되는 수평적 랜드마크는 위압적이지 않은 단아함으로 농업기술원이 추구하는 사람, 자연, 건축의 소통과 융합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Q.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국제설계공모는 전 세계 170팀(국내54, 국외116)이 참가하여 그 중 16팀(국내7, 국외9)이 설계 공모안을 제출한 치열한 현상 공모였습니다. 디에이건축의 설계안이 최종 당선작이 된 이유, 설계안의 경쟁력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당선작의 제목이 ‘Beyond Horizon’입니다. 넓은 대지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지평선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한 단순한 볼륨의 매스를 계획했습니다. 아주 모뉴멘탈하면서도 심플한 것을 해보자. 개성있는 건물들을 여러 개 하는 것보다는 이것들을 하나로 엮어질 수 있는 어떤 큰 매스로 시작을 해보자. 전체를 그냥 보면 하나의 건물 같지만, 다섯 개의 동이 클러스터로 나누어져 있고, 가운데에 그 클러스터들을 연결하는 큰 스파인을 배치, 거기에 동선이 순환할 수 있도록 루프를 설계했습니다.
클러스터는 활짝 열려 있는 주 출입구와 로비로 시작됩니다. 농기원으로 견학을 온 외부인을 환대하는 교육 및 홍보시설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음 클러스터가 행정 및 지원시설, 그 뒤로는 연구시설을 배치하여 단계별로 접근성을 조절했습니다. 주변 논밭의 그리드에 녹아들 수 있도록 클러스터마다 동일하게 정돈된 그리드를 원했는데, 시설마다 요구하는 공간의 볼륨이 다르다보니 그런 부분을 정제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클러스터 사이의 보이드 공간은 대지와 자연을 이어주는 통경의 공간이 되고, 지반층의 비워진 공간은 건물에 의해 영역화된 차경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글쎄요. 어떻게 보면 되게 현실적인 건물이에요. 평면만 봤을 때는 아주 깔끔한 평면인데 저희는 그것으로 대지 전체를 압도하는 어떤 매스를 구현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이상적인 조형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정제를 잘한 것 같아요. 기능을 우선시하다 보면 건물이 난잡해질 수 있고, 상징성을 살리려다 보면 과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기능적으로 집중화된 건물, 클러스터링이 되어 있지만 하나의 건물로 읽힐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Q. 사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다른 두 프로젝트와는 규모적으로 차이가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규모에 따른 디자인 과정이나, 주안점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대학 캠퍼스의 마스터플랜이기 때문에 아주 세부적인 공간보다는 도시 맥락에서 캠퍼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나주 혁신도시와 캠퍼스가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거기에서부터 확장될 수 있는 캠퍼스의 확장축을 계획했습니다. 캠퍼스 남동쪽에 송림재라고 하는 호수가 있어서 많은 경쟁 설계안들이 송림재를 향하는 방사형으로 설계했는데, 저희는 동쪽 공지로 캠퍼스가 확장되는 확장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두고 그리드로 설계했습니다.
개별 동의 매스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통 캠퍼스의 구성 원리인 쿼드 방식을 차용했는데, 한국의 전통적인 서원에서도 그랬고, 서양의 대학들에서도 이와 같은 중정형 건물이었던 점에서 착안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쌓아온 전통으로부터 이루어지는 혁신, 동서양을 불문한 융합의 캠퍼스를 구상했어요. 이러한 융합의 캠퍼스는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에서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캠퍼스의 내부는 자유롭고 안전한 보행환경이 필요했습니다. 차량 순환 동선을 캠퍼스의 외부로 계획하여 보행광장과 입체 보행로 등을 통해, 캠퍼스의 내부에 사용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을 구축하였습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의 파사드는 프로그램을 고려하여 각 영역의 개성을 담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육동은 전동루버를 설치하여 일사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고, 도서관에는 배꽃 패턴의 파사드를 통해, 지역적 상징성을 고려하여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Q. 교육‧연구시설 설계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공모를 하면서 많은 고민 끝에 디자인한 계획안이 발주처 니즈의 변화, 요구 프로그램이나 규모의 변화, 예산 부족 등에 의해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건물이 지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가급적이면 당선안이 존중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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